“다 이루면 행복할까?” 조건부 행복에서 벗어나는 심리학의 조언

열심히 살면 행복한가? 일상 속 행복을 재설정하는 심리학적 방법

우리는 참 부지런히 살아갑니다. 우리가 어떤 노력을 할 때 ‘이 과정만 끝나면 행복하고 여유로워질 것’이라고 믿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얼마를 모으면, 번듯한 집을 사면, 혹은 승진을 하면 비로소 맘 편히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 특정한 조건이 채워져야만 행복할 수 있다고 믿는 ‘조건부 행복’입니다. 이런 조건을 만족하면 강렬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겠지만 그 행복감이 계속 지속되지는 않으며, 이내 더 큰 목표를 향해 스스로를 다시 옥죄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우리는 ‘이 정도면 꽤 괜찮은 삶’이라고 미소 지을 수 있을까요? 오늘은 심리학의 관점에서 우리가 일상 속 행복을 재설정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결과가 아닌 ‘과정’에 도파민을 활용해요

행복한 삶을 사는데 꼭 필요한 것 중 하나는 결과보다는 ‘과정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스탠퍼드 대학교 신경과학자 앤드루 후버만(Andrew Huberman) 교수는 우리가 흔히 오해하고 있는 ‘도파민’의 진짜 역할에 대해 아주 흥미로운 통찰을 제시합니다. 우리는 도파민을 목표를 달성했을 때 터지는 ‘보상’ 물질로만 생각하지만, 사실 도파민의 핵심 기능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게 만드는 ‘동기부여’이자 ‘과정 속에서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후버만 교수가 이를 설명할 때 자주 인용하는 심리학 실험이 있습니다. 그림 그리기를 순수하게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그림을 그릴 때마다 ‘착한 어린이 상(보상)’을 주자, 나중에는 상이 없으면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과잉정당화 효과(Overjustification Effect)’라고 부릅니다. 보상이 주어지는 순간, 아이들의 뇌는 ‘그림을 그리는 과정 자체의 즐거움’을 잃어버리고 ‘상장’이라는 외적 결과물에만 도파민을 묶어버린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른이 된 우리는 어떻게 해야 잃어버린 ‘과정의 즐거움’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후버만 교수는 아주 간단하고 실용적인 방법을 제안합니다. 바로 ‘인지 재구성(Cognitive Restructuring)’을 통해 스스로의 인지를 바꾸어 뇌에게 직접 말을 거는 것입니다.

일이 고단할 때, 머릿속으로 이렇게 되뇌어 보는 겁니다. “이 일은 지금 참 힘들고 고통스럽다. 하지만 이건 결국 내가 선택한 일이고, 나는 이 어려움을 극복하며 나아가는 지금 이 과정 자체를 사랑해.”

이것은 단순한 자기합리화나 억지 긍정이 아닙니다. ‘노력에 수반되는 고통과 마찰’을 스스로 주관적인 보상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신경과학적 훈련입니다. 우리가 뇌에게 이렇게 신호를 보내면, 우리 뇌는 도착점에 도달했을 때가 아니라 노력하고 있는 바로 그 순간에 도파민을 분비하기 시작합니다.

행복은 삶의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이처럼 ‘과정 속에서 즐거움을 찾는 뇌의 작동 방식’은 진화심리학에서 말하는 행복의 본질과도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

우리는 무의식중에 행복을 인생이 도달해야 할 궁극적인 목적지나 결과물로 여깁니다. 그래서 “승진하면”, “돈을 다 모으면” 비로소 행복해질 것이라며 행복을 먼 미래로 미뤄둡니다. 하지만 진화심리학에 따르면, 애초에 행복은 우리가 도달해야 할 ‘목적지’가 아닙니다.

인간 역시 생존을 목표로 진화해 온 생명체입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사람들과 교류할 때 기분 좋은 감정을 느끼는 이유는, 생존에 유리한 그 행동들을 멈추지 않고 ‘계속 반복하도록’ 뇌가 설계했기 때문입니다. 즉, 우리는 행복의 정점에 도달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고단한 삶의 과정을 지치지 않고 완주하기 위해 행복이라는 감정을 ‘도구’로 사용하도록 만들어진 것입니다.

우리가 결과에만 모든 도파민을 걸어두면 매일의 삶이 더욱 고단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행복은 쟁취해야 할 거창한 트로피가 아닙니다. 오히려 일상의 스트레스와 고통 속에서 나를 달래고, 앞서 후버만 교수의 말처럼 ‘과정에서 행복을 느끼게 할 수 있는 도구’로서 의미를 갖습니다.

행복은 크기보다 빈도가 중요함

도구는 어쩌다 한 번 쓰는 것보다 필요할 때마다 언제든 꺼내 쓸 수 있어야 가치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행복은 그 ‘크기’보다 ‘빈도’가 더 중요해집니다. 승진이나 합격처럼 내 인생에 자주 오지 않는 굵직한 사건들만 행복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우리는 평소에 행복을 느낄 기회를 잃게 됩니다.

따라서 기분이 가라앉거나 힘들 때 언제든 나를 기분 전환시켜 줄 수 있는 작고 구체적인 활동들의 리스트가 필요합니다. 직장에서 혼난 날 퇴근길에 좋아하는 떡볶이를 먹거나, 마음이 답답할 때 동네를 한 바퀴 걷는 것이나 낚시에서 손맛을 느끼는 것들처럼 작지만 기분전환 시키는 활동들을 마련해 두는 것이죠.

한정 된 자원에서 만족감을 극대화하기위해 균형을 맞추자

하지만 이런 작은 휴식의 도구들을 일상 곳곳에 마련해 두었다고 해서 전부가 아닙니다. 그 다음으로 돌아볼 것은 삶의 ‘균형’입니다. 워라밸은 휴식의 시간보다, 내 삶을 채우는 활동들이 어떤 성격을 띠고 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가 작성한 행복 리스트들은 크게 두 분류로 나뉠 수 있습니다.

  • 하나는 취미나 놀이를 통해 얻는 기쁨인 ‘헤도니아(Hedonia)’입니다.
  • 다른 하나는 일이나 개인의 성장을 통해 느끼는 ‘에우다이모니아(Eudaimonia)’입니다.

우리는 삶의 의미와 만족을 느끼기 위해서는 이 헤도니아와 에우다이모니아 모두 갖고 있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그 비율은 각자에 따라 다르겠지요.

왜냐하면 우선 항상 보람과 성장에서만 행복을 찾는다면 이것은 겉 보기에 좋아보이지만, 에너지 소모가 매우 심합니다. 아무리 우리가 좋아하는 분야라도 일 관련 된 일은 에너지를 보통 소모합니다. 반면, 취미나 놀이를 통해 얻는 기쁨은 통상 에너지를 충전해 줄 수 있습니다. 아주 잠깐 하더라도 말이지요.

우리가 의미에서 얻는 행복과 소소한 재미에서 얻는 행복의 균형을 맞춰야하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만족감’에 있습니다. 심리학에서 만족감이란 ‘다른 행동을 하기 위한 기제’라고 설명합니다. 일 외에도 다른 종류의 행복리스트가 있어야 각 행복리스트들에서 ‘만족감’ 느끼며 다른 행복리스트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죠. 가령, 일 외에 나를 즐겁게 하는 취미 리스트가 없는 사람은 만족이라는 감정 자체를 느끼기 힘들어 끊임없이 일과 결과물에만 집착하게 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일과 일이 아닌 것의 리스트를 모두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본업 없이 순수한 놀이에만 빠져 있으면 삶의 의미를 잃게 되고, 반대로 나를 편안하게 해주는 즐거운 취미가 없으면 만족이라는 감정 자체를 느끼기 힘들어 영원히 일에만 집착하게 됩니다. 진정한 워라밸이란, 나에게 묵직한 보람을 주는 활동과 아무 조건 없이 나를 쉬게 하는 활동 사이에서 내 상황에 맞게 그 비율을 유연하게 조율해 나가는 과정입니다.

잘 산 인생의 궁극적 완성, ‘타자 공헌’

이렇게 두 가지 행복으로 내 일상의 에너지를 잘 조율했다면, 이제 우리의 시선은 조금 더 넓은 곳을 향하게 됩니다.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의 철학을 담은 책 『미움받을 용기』에서는 인간이 궁극적인 행복을 느끼기 위해 “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고 느끼는 ‘타자 공헌’이 필수적이라고 보았습니다. 내 존재가 타인과 사회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있다는 감각이야말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단단하고 흔들림 없는 행복의 원천이라는 것입니다.

타자 공헌은 나 자신과 내 가족을 넘어 보다 넓은 곳을 향해야 합니다. 가족 외에 다른 분들을 위해 돈을 써보거나,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해보는 것이죠. 이렇게 타자 공헌을 중요시한 분들은 삶의 마지막 순간에 “나도 꽤 쓸모가 있었던 인간이었네”라는 위로를 스스로에게 보낼 수 있지만, 평생 타인과 나누지 못한 사람들은 허무함과 괴로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수십억의 큰돈을 기부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행복이 그렇듯, 이타적인 기여 역시 크기보다 ‘빈도’가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를 위해 아주 작은 소액이라도 꾸준히 나누어 보는 것. 그 작고 다정한 빈도들이 쌓일 때, 우리의 삶은 비로소 헛헛한 외로움에서 벗어나 온전히 ‘잘 산 인생’으로 완성될 것입니다.

우리 각자의 방식으로 완성하는 일상 속 행복

우리가 말하는 ‘행복’이나 ‘워라밸’은 어느 날 특정한 조건을 달성했을 때 영원히 소유하게 되는 트로피가 아닙니다.

이제 우리 각자의 방식대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의 도구들을 쥐고, 그 과정 자체를 사랑하며 나아가 봅시다. 헤도니아와 에우다이모니아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한정된 에너지를 현명하게 사용하며, 내 주변과 사회에 작게나마 공헌하는 삶을 실천해 보세요. 그것이 바로 심리학이 말하는 가장 단단하고 흔들림 없는 행복의 완성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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